본것

우월감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추장들은 포틀래치(선물을 나누는 행사)라는 기념행사에서 자신의 경제적 영향력을 보란 듯이 과시했다. 이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계산된 투자 행위였다. 추장은 몇년이나 걸려 모은 좋은 음식이나 물건을 남에게 주거나 심지어 파괴함으로써 “자기가 모은 만큼이 아니라 자기가 베푼 만큼” 부자로 인정받고 사람들을 감명시키게 된다.

표지

침팬지들이 서로 연락을 유지할 때 내는 커다란 울음소리, 즉 핸트후트다. 침팬지의 경우 다른 개체들의 목소리를 구분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팬트후트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자신의 발성법도 미세 조정한다. 그래서 한 커뮤니티 전체에서 정확히 똑같은 팬트후트 소리를 공유하게 된다.

팬트후트는 커뮤니티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인원들이 그 밖의 억약으로 자기네 구성원인지를 확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투리로 사람의 출신지를 파악하는 사람과는 다르다. 팬트후트는 사회 구성원들을 불러 모으고 동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집단 조정 신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 장소의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먼 거리에서 서로의 행동을 조정하는 종에서는 발성이 이런 기능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간은 자기 집단에 속한 개체가 본질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듯, 자기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더 인간답다는 듯 행동하며, 자기 집단 소속이 아닌 사람을 보고 있는 사람의 뇌 활성이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뇌 활성과 똑같아 보이기도 한다. 일단 한번 외부자로 찍히면 미묘한 차이는 다 무시되고 아예 인간이라는 범주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이런 반응들이 인간의 고정관념이라는 위태위태한 건물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많은 수렵채집인이 스스로를 부르는 호칭을 살펴보면, 사람이 자기네 사람이나 자기가 잘 알고 신뢰하는 다른 집단에 비해 외부자를 얼마나 열등한 존재로 보는지를 알 수 있다. 심지어 독일의 ‘Deutsh,’ 네덜란드의 ‘Dutch’ 등 현대의 여러 국가가 자기 국민을 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도, ‘인간’에 해당하는 자국 언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집단을 자기만의 고유한 본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진 인간의 정신 구조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생물 집단에 위계질서가 있듯이 인간 집단도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중세시대에는 이런 위계질서가 ‘존재의 거대한 사슬’이라고 표현되었다.

유대인들이 나치의 표적이 된 이유는 독일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이 별개의 민족으로 인식되기는 해도 나머지 독일인과 구분할 수 없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메노라(유대인들이 사용하는 촛대)와 코셔(유대교 음식)는 비공개된 장소에만 나왔기 때문에 다른 독일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불확실성은 유대인이 동화를 통해 부와 영향력을 키우려는 악의적인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두려움을 보인다는 점은 차이점만큼이나 해롭게 작용했다.

깨달은 것